경기부양 대신 줄도산 ‘공포’ 
공사물량 부재·가격위주 입·낙찰제 따라 낮은 수익률 등 원인

강원 건설이 흔들리고 있다. 원자재 값 급등과 대출금리 인상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올해 하반기 도내 건설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제2의 외환위기(IMF)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기에 빠진 강원 건설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조기발주 효과 없었다

건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조기발주 정책에도 불구, 도내 건설업계에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경영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28일 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내 조기발주 물량은 올해 전체 건설물량 1903건의 92％에 달하는 1765건이다. 현금규모는 1조96억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건설사들은 건설경기를 좀처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지난 23∼25일 사흘 동안 도내 전문 건설업체 123개사를 대상으로 건설업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건설사는 원도급으로부터 사업을 받아 건설현장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만큼 건설경기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건설경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업체의 86.1％(106개)가 ‘대체로 나쁘다(39.8)’ 혹은 ‘매우 나쁘다(46.3)’라고 응답했다. 또 향후 1년간 건설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서서히 나빠지거나(26.8) 곧 나빠진다(14.6)’는 의견이 43.4(51개)에 달한 반면 ‘나아질 것’이란 응답은 8.9％(11개)에 그쳤다. 건설경기가 나빠진 원인에 대해서는 ‘공사물량 감소’가 67.6％(92개)로 가장 많았고, △원자재가 상승 12.5％(17개) △가격위주의 입찰 10.3％(14개) △업체 간 경쟁심화 7.4％(10개) 순으로 꼽았다.

특히 ‘조기발주가 업체 경영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65.8％(81개)가 ‘대체로 아니다(33.3)’거나 ‘전혀 아니다(32.5)’라고 답해 3분의 2에 가까운 업체들이 조기발주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건설업체들은 그 원인으로 공사물량 부재(56.8％)를 우선 꼽았으며, 가격위주의 입·낙찰제로 인한 낮은 수익(17.9％)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일부 업체의 수주 독식(15.8)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도내 전문건설사들의 올 상반기 수주 금액은 5억원 미만이 75.6％(93개)로 가장 많았으며, △5억∼10억원 미만 10.6％(13개) △10억∼20억원 미만 8.1％(10개) △20억∼50억원 미만 1.6％(2개) △50억원 이상 0.8％(1개) 등이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업체들은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고 깊은 우려감을 표시하며,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경기 부양을 외치며 자신있게 내세운 조기발주가 이처럼 현장에서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내 건설산업이 일회적이고 대증적인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치단체와 업계 그리고 지역의 관심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