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내년 ‘시공능력’ 순위 뒤바뀔까

정부가 내년부터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재무상태 비중을 줄이고 기술능력 비중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내년 건설업계의 시공능력 순위 변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년부터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경영능력평가 비중을 현행 90에서 75로 대폭 낮추고 기술능력평가 비중을 25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4일자로 입법 예고하고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건설업 시공능력 평가에서는 자본금 비중이 높아 경영평가액이 높았던 건설사는 순위가 하락하고 공사실적과 기술능력이 비교 우위에 있는 건설사들은 순위가 오르는 등 ‘자리바꿈’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올해(7월 31일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중 현대산업개발(7위)과 롯데건설(8위)의 자리변동이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액이 5조3640억원으로 롯데건설(5조2528억원)보다 약간 앞섰다.

하지만 실적평가액은 현대산업개발이 1조4221억원으로 롯데건설(2조2092억원)에 비해 뒤졌고 기술능력평가액도 롯데건설보다 적었다. 이에 비해 경영평가액은 현대산업개발(3조2509억원)이 롯데건설(1조8879억원)을 크게 앞서면서 전체 시공능력 평가에서 롯데건설을 제쳤다. 하지만 내년에 경영평가액 비중이 줄어들 경우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두산건설의 10대 건설사 진입 여부도 관심사다. 시공능력 순위에 비해 실적평가액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지난 10월 국내 건설업 등록을 반납한 일본의 타이세이건설(9위)도 내년에는 얼굴을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빈 자리를 누가 채울지가 관심사다. 현재 시공능력 10위인 SK건설이 9위로 올라설 것이 확실하고 이렇게 되면 10위 자리가 빈다. 후보군은 11위인 두산건설(2조5688억원)과 12위 금호건설(2조3828억원), 13위인 한화건설(2조3429) 등이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곳은 두산건설이다. 실적평가액(1조1791억원)과 기술평가액(5066억원)이 후보군 중 가장 높은 데다 경영평가액(6786억원)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위 10위에 드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10대 건설사에 올라서면 설계·시공 일괄 수행(턴키) 등 입찰 때 상위 10위권 내 건설사 간 컨소시엄 구성을 못하게 한 규정에 따라 대형 건설사와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10위권 밖일 때는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에 참여해 수주실적을 비교적 쉽게 쌓을 수 있었지만 10대 건설사에 포함되면 입찰시장에서 단독으로 상위 대형 건설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해 수주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빅5’ 건설사들의 순위바꿈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위 빅5 중 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3위인 대우건설의 자리바꿈 가능성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액이 8조7317억원으로 대우건설(8조2571억원)보다 4746억원이 많지만 기술능력 면에서는 대우건설이 삼성물산에 앞서 있어 순위 바꿈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삼성물산은 더구나 올해 수수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밖에 올해 초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겪으며 경영평가액이 낮아져 시공능력 순위가 크게 하락한 중견 건설사들도 내년에는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 시공능력평가는 공공공사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건설사의 시공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 4가지 항목을 평가해 매년 7월 31일 공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