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체，공공기관 비판 “법에 규정된 직접구매 제도 지켜야”

중소레미콘 업체들이 최근 대형공사에 사용될 자재의 직접구매(분리발주)가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해 당사자인 공공기관들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사용 자재 직접 구매 예외 사유 발생 시 지방중소기업청과 협의토록 돼 있는데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은 품질상의 이유를 들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는 공공기관이 공사발주 시 공사에 소요되는 자재 중에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한 품목은 공공기관이 직접 구매해 건설업체에 제공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시공업체들이 직접 구매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4대강 살리기사업,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 광주전남공동혁신 도시 건설공사 등의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은 레미콘을 직접 구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중소기업청은 4대강 살리기 관련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를 요청하는 공문을 국토해양부에 발송했다. 국토해양부는 이 문서를 바탕으로 관급 공사를 발주하는 기관에 직접 구매를 권유했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각각 지난달 18, 19일에 레미콘 관련 협회와 레미콘 업체에 공문을 보내 하자책임 소재 불분명, 수급관리 등의 사유로 레미콘을 직접 구매 예외품목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이를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미콘 업계는 발주처가 지금까지 이런 사유로 레미콘을 직접 구매하지 않았는데 법이 바뀌었는데도 또 똑같은 핑계를 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주택토지공사에서 발송한 공문에서 이들이 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있어 법까지 바꿔가며 직접구매를 유도했는데 법을 어기면서까지 발주처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직접구매가 최근 몇 년간 계속 문제가 된 것은 중소레미콘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수 시장은 덩치가 큰 일부 레미콘 기업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어 지역의 중소레미콘업체들은 관급 공사만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또 공공기관이 직접 구매를 하면 시공사가 부도나도 물품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구매제도는 지역 레미콘 업체들의 존립 기반이 달린 문제”라며 “레미콘 품질 역시 철저하게 검증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