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회사채 열풍? 그것도 회사 나름
고금리 메리트 불구 금호 ''트라우마''...자체평가 통한 선별투자

건설사 회사채가 소액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신청의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라건설(BBB)의 발행규모는 2배 늘었고 롯데건설(A)은 차환발행에 나선다. 한화건설·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 등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올 1분기에 만기도래하는 건설사들의 채권액은 1조원 이상. 유동성 확보가 여전히 중요해 건설사들이 최소한 차환발행 정도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인기를 감안하면 소화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

그러나 회사채 판매 호조가 모든 건설사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IB업계는 확실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우량 건설사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 1분기 만기도래 회사채 1조 이상 등 연초 자금조달 소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점차 희석되는 듯 하지만 국내 부동산 경기회복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게다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그 불똥이 다른 건설사에 튀지 않을까 걱정이다.

매년 1분기는 건설사들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예정인 사업장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시기다. 게다가 올 1분기는 건설사들이 지난해 초 발행했던 채권들의 만기가 돌아와 상환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1분기 중에 만기도래하는 채권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다. 대림산업은 1500억원과 6000만달러어치의 채권을 상환해야 하고 한화건설도 1500억원어치의 채권만기가 돌아온다. 현대산업개발·신세계건설·GS건설·롯데건설 등도 1000억원 이상의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현금이 넉넉하다면 굳이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BBB급 이상의 투자등급을 보유한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으로 숨통이 다소 트일 것 같던 분위기가 다시 얼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 한라건설發 새해 건설사 회사채발행 개시

그런데 연초 발행시장은 뜨겁다. 새해 첫 포문은 한라건설(BBB)이 열었다. 당초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던 한라건설은 발행규모를 2000억원으로 늘렸다. 만기는 2년으로 길어졌고, 발행금리는 민평보다 60bp(1bp=0.01퍼센트포인트) 낮아졌다.

채권인수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호 사태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큰 동요는 없었다"며 "1월에 물량이 많지 않아 마땅히 투자할 만한 회사채가 없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A급 건설사인 롯데건설도 오는 22일 2년 만기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을 잡고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금리는 6.09~6.20퍼센트 범위에서 타진하고 있는데 이는 민평 대비 80~90bp 높은 수준이다.

이제 관심은 이 분위기가 전체 건설업계에도 미칠 것인가이다. 일단 신용평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금호산업의 등급이 CCC(안정적)로 떨어지긴 했지만 일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은 긍정적으로 조정됐기 때문.

한화건설은 신용등급이 BBB에서 A-로 상향돼 창사 이래 처음으로 A급 건설사가 됐다. SK건설(A-)의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코오롱건설(BBB)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됐다.

몇몇 건설사들은 실제로 자금조달 액션을 취하고 있다. 한화건설(A-)과 현대산업개발(A)이 차환발행을 준비하고 있고 현대건설(AA-)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IB 선별작업 까다로워져 우량사 중심으로 이뤄질 듯

하지만 연초 건설사 채권에 대한 인기는 일시적일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 범위도 일부 우량사들을 중심으로 한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신용평가사연구원은 "연말 일부 건설사들의 등급조정은 전반적인 건설업계의 개선 때문이라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긍정적 이슈가 작용한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엔 일러 차환발행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데 우량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작년에는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다들 큰 충격에 빠졌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며 "금호 사태는 이미 예견됐었고 국내 회사채시장의 충격흡수력이 강해진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건설사 회사채는 소매 수요가 계속 있다"며 "다만 국내 주택건설 리스크가 적은 일부 우량 업체 중심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등급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등급이 기업사정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체 선별 과정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BBB급의 한라건설은 시장에서는 몇몇 A급 건설사 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등급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채권인수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고금리가 포커스지만 1월 이후부터는 낮은 리스크로 지향점을 잡을 것"이라며 "자체 선별작업을 좀 더 까다롭게 해 채권인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