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양시장도 살아나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동안 쌓여 있던 미분양 물량이 서서히 팔리는 등 지방에도 주택수요가 일고 있네요. 서울과 수도권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지방에서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담당 임원)

“지방도 주택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해 다음 달에 분양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양도세 한시 감면 등 세제혜택을 이용할 수도 있어 분양가만 현실적으로 책정하면 분양 대박까지는 힘들지만 예전처럼 미분양은 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합니다.”(한 중견 건설사 임원)

건설사들이 2년여 만에 다시 지방 아파트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올해 4·4분기 중 수도권 이외의 지방에서 아파트 2만8626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3·4분기 공급물량(8630가구)에 비해 3.3배 많고 지난해 같은 기간(6960가구)에 비해서는 4.1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방 분양물량은 지난 1·4분기 3499가구에서 2·4분기 6117가구, 3·4분기 8630가구로 증가세를 보여 왔지만 이달부터 크게 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의 무덤’으로까지 불리던 지방에서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분양을 재개한 것은 올해 초 정부의 세제감면 혜택과 경기회복에 따른 기대감으로 미분양 가구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등 지방 주택시장 상황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분양이 전혀 없던 부산·경남 등지에서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무려 7000여가구가 공급대기 중에 있는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에서도 분양시장이 열리고 있다.

■지방 대도시서 1만1427가구 공급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지방 5대 도시에서 4·4분기 중 1만142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3·4분기의 5942가구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방 5대 도시의 공급물량은 1·4분기 2530가구, 2·4분기 3461가구에 불과했다.

특히 부산은 올해 상반기 신규분양물량이 545가구였지만 3·4분기 5303가구를 시작으로 4·4분기에도 5442가구가 쏟아져 나와 지방 분양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동래구 명륜동에서 명륜제2구역 재개발아파트 ‘명륜아이파크’ 1863가구를 12월에 분양한다. 대우건설은 사하구 다대동에서 푸르지오 972가구를 11월 중 내놓는다. 롯데건설과 경남기업 등도 연내에 각각 684가구와 306가구를 공급한다.

광주도 올 상반기 분양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었지만 3·4분기 99가구를 시작으로 이달부터 연말까지 2844가구가 쏟아진다. 울산에서도 연내에 1280가구가 나오고 대전에서는 1861가구가 신규 공급된다.

■충청권 연말까지 9600가구 분양

지방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에서는 4·4분기에 1만7199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3·4분기의 2688가구보다 6.4배나 증가한 것이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1·4분기 969가구, 2·4분기 2656가구로 분양물량이 적었지만 4·4분기에는 충청권과 경남, 전남 등지에서 분양이 본격 재개된다.

충남 6612가구, 충북 2988가구 등 충청권에서만 9600가구가 쏟아진다. 전남에서도 오랜만에 2718가구가 공급된다. 이 밖에 경남 1839가구, 경북 1058가구, 전북 1293가구 등이 분양된다.

충청권에서는 천안, 아산, 당진 등 충남지역에서 물량이 많이 나온다.

롯데건설은 천안시 청당동에서 1012가구와 당진군 송악면에서 706가구를 11월 중 분양하며 현대건설도 당진군 송악면에서 782가구를 11월 중 내놓는다. 충북에서는 신영이 청주 복대동 지웰시티2차 1772가구를 12월 중 분양할 예정이다. 전남에서는 두산건설이 순천시 왕지동에서 1317가구를 11월 중 분양한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지방 주택시장 상황이 올해 초보다는 분명히 좋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예정에 없던 분양계획을 다시 잡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연내에 공급되는 단지들은 서울과 가까운 충청권이거나 호재가 많은 지역에 한정된 만큼 지방 분양시장이 확연히 살아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