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가격경쟁 ‘갈등’

가격인상에 힘입어 올해 적자수렁에서 탈출한 시멘트 업계가 또다시 제살깎기식 가격경쟁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인상된 시멘트가격을 공급가에 반영시키지 못했던 레미콘업체들이 가격인상유예를 꾸준히 요구하자 시멘트업체들은 상생협력 차원에서 당초 3월분에 한해서만 소급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동양시멘트가 소급적용기간을 한달이 아닌 3개월(3∼5월)분으로 확대하고 한일시멘트도 동양의 뒤를 잇자 다른 시멘트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메이저 시멘트 A사 관계자는 “수개월에 걸친 줄다리기 협상으로 어렵게 가격을 인상했는데 일부 업체가 업계 간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두 업체의 이번 결정으로 레미콘업계가 힘들 때마다 가격인하 요구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져 인상 전 가격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 역시 “추가적인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당장은 버티겠지만 이미 다른 업체들이 소급적용기간을 확대해준 상황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소급적용분이 두달 추가되는것도 문제지만 레미콘업체들이 앞으로 힘들 때마다 이번 일을 사례로 가격인하를 요구할 게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메이저 시멘트업체들은 인상 전 가격을 적용해 2개월치를 추가로 소급할 경우 100억∼200억원 규모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업황이 좋으면 상관없지만 적자행진에서 벗어나 겨우 한숨을 돌리는 시점에서 이 같은 결정은 다른 업체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레미콘업계도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애로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레미콘 가격을 소폭 인상했으나 경영난 타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체들에 최근 가격인상 유예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